아무튼, 술_김혼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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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 4. 2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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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술_김혼비
<아무튼, 술>은 작가의 술에 관한 에피소드를 담은 책이다. 아무튼 시리즈에는 정말 다양한 소재가 있지만 가장 끌린 것은 <아무튼, 술>이었다. 왜냐하면 나도 술을 참 좋아한다. 불행히도 먹는 족족 찌는 체질 때문에 술을 마신 다음날은 최소한의 음식만 먹는 습관이 들었다. 술은 다음 날 많은 방면으로 후회하게 만들지만 마시는 순간만큼은 행복감을 조금이나마 느끼게 해주기 때문에 포기하지 못한다. 그 조금의 행복이 술 없이도 느낄 수 있는 거였다면 참 좋았을 텐데 말이다.
아무튼 시리즈는 작가에게 기쁨이자 즐거움이 되는, 생각만 해도 좋은 한 가지를 담은 에세이 시리즈라고 한다. 작가마다 한 가지의 소재를 갖고 쓰는 책이니 김혼비작가는 술에 얼마나 많은 애정을 갖고 있는 걸까.
작가의 첫 술은 수능 백일주라고 한다. 술을 마시고 집에 잘 들어갔지만 필름이 끊긴 작가는 친구들을 통해 자신이 '배추'라고 털어놓은 얘기를 듣게 된다. 첫 술이란 웬만하면 흑역사를 만들게 된다. 내 첫 술은 좀 늦은 편이다. 스무 살이 되는 1월 1일도 아니었고, 대학교 오티 때였다. 동기들보다 잘 마셔서(?) 흑역사를 낳지 않았고 만취한 동기들을 챙기면서 술 센 이미지를 얻었다. 물론 그 날을 기억하는 동기들에게만.
술이란 건 참 시도 때도 없이 시제에 얽매이지 않고 마시고 싶다는 점에서나, 마시기 전부터 이미 마시고 난 이후의 미래가 빤히 보인다는 점에서나, 일단 마시기 시작하면 앞일 뒷일 따위 생각 안 하는 비선형적 사고를 한다는 점에서 너무나 헵타포드어 같지 않은가.
p. 95~96
비슷한 기질을 갖고 있고 비슷한 상태가 될 수 있는 나의 오랜 술친구들과 오래오래 술 마시면서 살고 싶다. 너무 사소해서, 너무 유치해서, 너무 쿨하지 못해서, 너무 쑥스러워서, 혹시 기분 상할까 봐, 관계가 틀어질까 봐, 어색해질까 봐 같은 계산 다 던져버리고 상대를 믿고 나를 믿고 술과 함께 한 발 더. 그러다 보면 말이 따로 필요 없는 순간도 생긴다. 그저 술잔 한 번 부딪히는 것으로, 말없이 술을 따라주는 것으로 전해지는 마음도 있으니까.
p. 169
오늘의 술을 피하기 위해서 우리는 늘 어제 마신 사람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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