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영화] 케이크메이커 (The Cakemaker), 2017/ 잔잔하고 쓸쓸한 사랑에 대하여

728x90

 

 

내가 그린 케이크메이커의 한 장면

<영화 The Cakemaker 케이크메이커>

 

[Story]

독일 베를린에서 베이커리를 운영하고 있는 파티시에 토마스는 우연히 손님으로 온 오렌과 사랑에 빠진다. 오렌은 원래 아내와 아들과 함께 예루살렘에 살고 있지만 사업 차 베를린을 자주 방문하게 되는데 그러면서 한 달에 한 번씩 토마스를 만난다. 토마스는 오렌의 아내에게 줄 쿠키를 전달하고 오렌이 돌아간 후 갑자기 오렌과 연락이 되지 않자 그를 직접 만나러 예루살렘에 간다. 그의 회사를 찾아갔더니 그가 교통사고를 당해 세상을 떠났다고 직원에게 얘기를 듣는다. 슬픔과 절망만이 남겨진 토마스는 오렌의 아내 아나트가 일하는 카페에 찾아간다. 그 카페에서 토마스는 일하게 되고 오렌의 아들 이타이와도 친해지고 심지어 아나트와 사랑까지 하게 된다. 

 

[Note]

토마스는 동정심을 느낄 수밖에 없는 인물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릴 때 부모를 잃고 할머니와 단둘이 살아온 토마스는 할머니께서 빵집을 하셨기 때문인지 파티시에라는 직업을 갖고 있다. 그가 과거에 어떤 사랑을 해왔는지는 알 수 없지만 오렌의 죽음을 대하는 모습을 보면 마치 천년의 사랑처럼 애절하다. 토마스는 오렌이 떠난 뒤 자신의 집에 두고 간 열쇠로 오렌의 수영장 보관함에서 그의 수영복을 꺼내어 직접 입는다. 그걸 입고 자신의 침대 위에 멍하니 누워 있기도 한다. 

토마스는 거의 혼자 있다. 그에겐 고독이 익숙해 보인다. 그래서인지 누군가를 응시하고 있는 토마스의 모습을 여러 장면에서 볼 수 있다. 묵묵히 바라본다. 그런 장면이 꽤 많은데 볼 때마다 가슴이 저릿하다. 생각해보면 빵을 만드는 일도 고독한 일이다. 혼자서 오랜 시간 반죽을 하고 굽는다. 그가 그런 직업을 갖게 된 것도 이해가 된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정말 소름 끼친다. 한 여자의 남편과 불륜을 저지르고 그가 세상을 떠나자 그의 아내를 찾아왔으니.. 심지어 남편과 아버지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고.. 정말 영화에서나 있을 법한 얘기 아닐까. 

 

아나트가 토마스에게 먼저 다가갔고 오렌을 잃은 슬픔으로 위로가 필요했던 토마스는 아나트가 오렌의 아내임에도 그녀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을 거 같다. 둘 다 오렌의 부재로 인해 슬픔과 외로움을 느끼고 있던 상태이니 서로가 간절했을 거다. 아나트가 토마스도 같은 감정일 거라는 것은 몰랐겠지만 그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슬픔과 외로움. 이 두 감정은 부정적인 감정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을 약해지게 만든다. 그러니 곁에 있는 누군가에게 의지하게 되고 쉽게 빠질 수밖에. 외로울 때 누군가를 만나지 말란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그런 감정이 사랑을 이끈다기보다는 사람을 필요로 한다. 그게 마치 사랑인 것처럼 느껴지는 게 아이러니지만. 토마스와 아나트가 서로에게 느낀 감정이 사랑이었을까. 솔직히 아니었다고 본다. 서로를 이해하고 공감하고 필요로 하지만 그저 슬픔과 외로움 때문에 서로에게 끌린 거다.


그렇다 하더라도 불륜은 잘못된 행동이다. 토마스는 오렌의 가정을 파탄 나게 한 주범인데 거길 찾아간 건 정말 양심이 없다고밖에 느껴지지 않는다. 그런 행동을 보면 토마스에게 동정심을 느끼긴 해도 정 떨어진달까.  

 

사랑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영화다. 독일인과 유대인의 사랑, 동성애, 사랑했던 남자의 아내와의 사랑. 사랑이라고 해서 마냥 달달하진 않다. 쓸쓸하고 왠지 모르게 여운이 많이 남는 영화다. 

 

[Picture]

블랙포레스트케이크다. 토마스가 처음 오렌을 손님으로 맞았을 때 추천해줬던 케익이고 아나트와 이타이에게도 만들어줬던 케익이다.

 

 

 

 

반응형

이 글을 공유하기

댓글

Designed by JB FAC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