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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목소리를 드릴게요_정세랑/ 정세랑 작가의 첫 SF 소설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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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집 <목소리를 드릴게요> ebook  캡쳐본

<소설집 목소리를 드릴게요_정세랑>

 

정세랑 작가의 소설을 읽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워낙 에세이를 좋아하는 편이라 소설은 잘 안 읽었었는데 윤이형 작가의 <붕대 감기>를 읽고 소설에 재미를 붙였다고나 할까. 소설을 잘 안 읽다 보니 SF소설도 처음이다. SF 장르는 상상력이 풍부해야 할 거 같아서 읽기가 두려웠다. 평소 상상을 잘 안 하는 편이다. SF소설보단 SF영화에 더 끌린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내가 상상을 하는 것보단 이미지가 동반된 SF가 즐기기에 더 편해서.

 

본론으로 들어가서, 이 책은 소설집이다. 8개의 단편소설로 이루어져 있고 제목만 소개하자면 <미싱 핑거와 점핑 걸의 대모험>, <11분의 1>, <리셋>, <모조 지구 혁명기>, <리틀 베이비블루 필>, <목소리를 드릴게요>, <7교시>, <메달리스트의 좀비 시대>가 있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소설은 <모조 지구 혁명기>다. <목소리를 드릴게요>도 좋았지만 <모조 지구 혁명기>에 나오는 문장 중에 정말 여운이 남는 문장이 있다.

 

어느 날, 나는 천사를 사랑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조용하지만 강력한 깨달음이었다. 사내 연애 따위 질색이었는데 벌어진 일은 어쩔 수 없었다.
p. 105

 

어쩔 수 없는 게 바로 사랑이다. 내가 갖고 있던 신념을 한순간에 와르르 무너뜨리는 게, 그게 바로 사랑이다. 사랑이란 감정은 너무 강력해서 거부하기 힘들다. '사랑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이 문장이 너무 공감된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감정은 자기도 모르게 스며든다. '나'는 천사와 단둘이 있으면서 천사에게 날개가 자라면서 나타나는 통증을 걱정하고 같이 아파하면서 천사를 사랑하게 되었다. 어떤 이유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 사랑에 분명한 이유가 있다면 그걸 사랑이라고 할 수 있을까. 어쩌면 같이 아파하는 것 또한 '나'가 사랑하는 방식이었을 거다.

 

다른 단편소설도 좋았지만 가장 좋았던 <모조 지구 혁명기>를 대표로 간략하게 소개하겠다. 이 소설에선 모조 지구가 배경이고 등장인물(인물이라고 하기 애매하나 편의상 등장인물로 소개..)은 '나', 천사, 고양이 인간, 나팔꽃 언니와 (천사, 고양이 인간, 나팔꽃 언니를 창조해낸) 디자이너가 있다. 디자이너에게 반감을 갖고 있던 그들은 어느 날 힘을 합쳐 디자이너를 죽일 계획을 세운다.

 

 

이 소설집이 잘 읽혔던 이유에 대해서 곰곰히 생각해봤다. 일단 SF소설인 만큼 SF적인 요소가 정말 많다. 배경도 그렇고 성별이 어떤 건지 모호한 주인공도 있고 미래를 배경으로 하기도 하고 말이다. 하지만 이 소설집은 공감할 수 있는 감정이나 생각을 곳곳에 많이 배치했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내린 결정이라던가, 환경오염이 심각해진 지구에 대한 우려 등등 말이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다. 그게 이 소설집이 가진 강점이 아닐까.

 

이 소설집의 마지막 부분에 있는 작가의 말에서 정세랑 작가가 <모조 지구 혁명기>에 대해 말하면서 '읽는 사람의 마음대로 읽히는 이야기를 쓰고 싶다.'라고 말한 부분이 있다. 정답이 없는 소설을 쓰고 싶다는 게 아닐까. 각자의 해석이 다를 수 있고 그 다름을 존중해준다는 의미로 들려서 그 말이 너무 좋았다. 앞으론 SF소설에 관심이 생길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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