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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대도시의 사랑법_박상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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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대도시의 사랑법> Ebook 캡쳐본 

<대도시의 사랑법>

 

4편의 퀴어 소설을 엮은 연작소설이다. 주인공 '영'의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작가의 말을 통해 알게 된 바로는 다 같은 사람일 수도 다른 사람일 수도 있다고 한다. 확실하게 정해놓은 것이 아니란 얘기다. 하지만 이 소설을 다 보고 나서 한 사람의 이야기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재희>는 30대가 된 영이 20대 초반에 친구였던 재희의 결혼식에 가는 걸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스무 살의 여름, 영은 이태원 해밀턴 호텔의 주차장에서 남자와 키스를 하다가 재희에게 걸린다. 성별은 다르지만 남자관계가 복잡했던 그들은 서로의 공통점 때문인지 급속도로 친해진다. 그러다가 재희는 자취방에서 낯선 남자의 접근이 느껴져 영과 같이 사는 사이가 된다. 영과 같이 늘 한결같을 줄 알았던 재희는 대형 전자회사에 취직했고 신입사원 연수원에서 세 살 많은 동기와 3년 연애 끝에 결혼을 하게 된다.

 

 

<우럭 한점 우주의 맛>은 영이 5년 전에 만났던 운동권 형에게 주었던 자신의 일기를 우편으로 되돌려 받으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5년 전 그때로 다시 회상하듯 전개된다. 영의 엄마가 암에 걸려 입원했고 당시 자신의 감정을 주체하기 힘들었던 영은 한 인권단체에서 주최하는 아카데미의 인문학 교양강좌 수업을 듣게 되었고 그곳에서 그(운동권 형)를 만나게 된다. 철학서 만드는 일을 하던 그는 미제에 대한 반감을 갖고 있었고 그런 것에 무감각했던 영과 자주 충돌이 생긴다. 그러던 어느 날 영과의 사소한 다툼 끝에 그는 잠수를 탄다. 그러다가 일방적으로 다시 연락하고 영이 자신의 엄마를 소개하려고 잡은 약속 또한 지키지 않는다. 처음으로 영이 그를 자신의 집에 초대해 파스타를 만들어주는데 이렇게 말한다. 

"사랑받는 사람의 얼굴은 뭔가 다르잖아요. 사랑하는 사람이 찍는 사진도 뭔가 다르고요. 그러니까 말인데요, 영씨.
영씨도 이제 좋은 남자 만나야죠." 
p.147

그와의 관계에 대해 사랑이라고 생각했던 영은 그에게 배신감을 느끼게 되고 순간 그의 목까지 조르게 된다. 영이 정신을 차리고 손에 힘을 풀자 그는 곧장 영의 집을 나갔고 그 모습이 그와의 마지막이 된다. 

숱한 종류의 감정과 맞닥뜨리면서도 그만큼 깊게 빠져든 대상은 맹세코 없었다. 그보다 더 나은 사람들, 객관적인 기준으로 그보다 훨씬 더 훌륭한 사람들을 만나도 언제나 변죽만 울리는 관계들을 이어갔다. 그가 나의 가장 뜨거운 조각들을 가져가 버렸다는 사실을, 그로 말미암아 내 어떤 부분이 통째로 바뀌어버렸다는 것을 후에야, 아주 많은 시간이 지난 후에야 알게 되었다.
p.155

<대도시의 사랑법>과 <늦은 우기의 바캉스>는 '규호'가 등장한다. <대도시의 사랑법>에는 규호와의 만남과 헤어짐이 담겨있고 <늦은 우기의 바캉스>는 규호와의 이별 후 남은 아름다운 순간을 섬세하게 쓴 에필로그다.

 

개인적으로 규호와의 이야기가 가장 좋았다. 제주도에서 온 규호는 가끔 제주도 사투리를 쓰고 세 번 만나기 전까진 남자와 잠자리를 갖지 않는 자신만의 규칙을 갖고 있고 평일엔 간호학원을 다니고 주말엔 클럽에서 바텐더 알바를 하는 성실하고 순박한 청년이다. 그와의 만남은 이태원 클럽에서 시작되었고 그와의 이별은 그가 중국으로 일하러 가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끝이 난다. 규호와의 헤어짐을 통해 영은 자신이 규호를 얼마나 의지했고 사랑했는지를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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