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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안 느끼한 산문집_강이슬/ 밤과 개와 술과 키스를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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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강이슬 작가의 책이고 강이슬 작가에 대해 소개하자면 <SNL 코리아>, <인생술집>, <놀라운 토요일> 등 TV 프로그램의 방송작가이다. 이 책은 제6회 카카오 브런치북 프로젝트에서 대상을 받고 출판하게 된 책이라고 한다. 출판도 되기 전에 많은 이에게 이미 공감을 얻은 글이란 얘기다. 책 표지를 보면 사람의 나체와 포도 같은 그림이 그려져 있는데 이 그림보다 글귀가 더 눈에 들어왔다. '밤과 개와 술과 키스를 씀.' 이 글귀가 이 책을 읽게 만들었다.

 

이 책은 에세이이고 에세이의 글을 읽으면 작가의 성격을 짐작할 수 있게 된다. 글만 봤을 때 작가는 정말 솔직하다. 글에서만 솔직할 수도 있겠지만. 작가가 쓴 문장 중에 한동안 잊혀지지 않았던 문장이 하나 있다. 좋았던 글에 대해 소개하기 전에 이 문장 먼저 소개하고 싶다.

 

미워하기는 너무 쉽고 행복하기는 무척 어려운 날들을 살면서 마음은 자꾸만 가난해진다.
p. 107

 

이 문장은 참.. 그렇다. 너무 공감된다. '너무'라는 수식어보다 훨씬 더. 용어 선택을 다양하게 하고 싶지만 어휘력이 바닥이다. 이래서 사람은 아는 게 많아야 한다. 나도 누군가를 미워했었다. 한 명은 아니고 좀 많이. 그만큼 미워하는 건 너무 쉽다. 하지만 미워하고 나서 돌이켜 보면 미워한 이유조차 기억이 안 날 때가 많았다. 그럴 때면 어김없이 후회가 찾아온다. 왜 그렇게까지 미워했을까 하고. 그렇다 하더라도 다시 돌아가 그때의 상황을 마주했을 때 미워하지 않을 자신은 없다. 

 

 

이 책의 1장 보증금, 너에게 청춘을 바친다에서 <상실의 순기능>이란 글이 너무 좋았다. 작가가 5년동안 사귀었던 남자친구 루와 헤어진 에피소드에 대한 글이다. 사랑에 대한 글은 언제나 좋다. 이 글을 읽으면서 이별에 대해 다시 곱씹게 되었다. 이별은 절대 좋은 기억이 될 수 없을까. 헤어짐이란 건 어느 순간보다도 무겁고 잔인하다. 슬프기도 하고.

 

루와 헤어진 후 나의 하루는 240시간으로 늘었다. 단 한 번도 나를 루로 꽉 채운 적이 없는데 루 하나가 빠져나간 나는 텅 빈 벌판이었다.
p. 26

 

'루'는 작가의 과거 연인이다. 보통 사람들은 자신의 연애사에 대해 솔직하게 말하는 걸 꺼린다. 연애사라는 건 과거의 일이고 현재진행형이 아니기에 정말 예민한 얘기다. 그럼에도 작가는 자신의 이별 후 이야기를 서슴지 않고 솔직하게 전달한다. 이 글을 보고 사람마다 저마다의 이별이 있겠지만 이별 후의 행동이나 감정은 비슷한 거 같다고 느꼈다.  

 

 

산처럼 쌓인 시간 더미들을 작은 삽으로 부지런히 퍼 나르며 필사적으로 살다가도 이게 다 무슨 소용인가 싶은 순간들이 찾아왔다. 그럴 때면 나는 무력하게 주저앉아 머리 위로 하염없이 쏟아지는 시간과 외로움과 후회들을 오롯이 맞아야 했다. 아무리 많은 걸 손에 쥐고 있어도, 사랑하고 있지 않아서 나는 자주 공허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사랑 하나만 할 때는 가슴이 벅차 힘들 정도였는데 이제는 나에게 그런 날들이 있었다는 사실을 믿기가 어려웠다.
p. 28

 

이별은 익숙했던 모든 걸 낯설게 만든다. 어제까지만 해도 곁에 있던 사람과의 헤어짐은 그 사람 뿐만 아니라 많은 걸 잃게 한다. 데이트 전에 데이트 코스를 찾아보던 습관, 아침마다 주고받았던 잘 잤냐는 연락, 하루 일과가 끝난 뒤에 위로받고 싶어 했던 전화.. 그 외에도 참 많다. 그 사람으로 인해 익숙해진 일상을 송두리째 잃어버린다. 그래서인지 이별 후에 그 전과 다른 삶을 살아 나가야 하는 현실이 이별하는 순간보다 더 괴로울 때가 많았다.

 

이 책의 글 중에서 가장 좋았던 글만 소개했는데 그 외에도 다양한 글이 실려있다. 글이 솔직담백해서 공감되면서 재밌는 부분들도 많다. 평소에 책을 잘 안 읽는 분들께도 추천하고 싶은.. 그런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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